사진=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 |
하얏트 리젠시인천 호텔 청소노동자들, 최저임금 위반 고발
6시간 계약 해놓고, 8시간 노동…“2시간 임금 지불하라”
이상숙(53)씨는 매일 오후 6시30분이면 인천시 부평구에 있는 집을 나선다. 영종도에 있는 일터인 하얏트 리젠시인천 호텔까지 가는 데 2시간 정도 걸린다. 이씨는 2년 전부터 이 호텔에서 청소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오후 8시 30분 호텔에 도착해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9시가 되면 책임자와 회의를 한다. 회의에선 "오늘 호텔 2층에서 만찬회가 있으니 카펫 청소에 신경을 쓰라" 등과 같은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받는다. 이씨가 맡은 구역은 이 호텔 1층이다. 로비와 화장실, 바닥 등 1층의 구석구석을 이씨와 또 다른 노동자 둘이서 도맡는다.
가끔은 다른 구역 행사 소요에 따라 지원 근무도 한다. 이런 지원 근무까지 합치면 아무래도 근무 상황이 예측하기 어려워, 이씨는 업무 시작 전에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짬짬이 시간 날 때마다 요령껏 휴식을 취한다. 공식적인 휴식시간은 자정부터 새벽 1시까지 한 시간 동안이다. 하지만 연말과 같이 행사가 많을 때는 휴식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 월차나 연차는 꿈도 꾸지 못한다. 특별한 일이 생기만 다른 노동자와 휴일을 바꾸는 것으로 대처해야 한다. 업무는 새벽 6시가 되어야 끝난다.
하지만 이씨는 매달 급여를 받을 때마다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기본급이 법정 최저임금(주당 40시간 노동 기준 101만 5740원)도 안 되는 87만636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11년까지 지급받은 교통비도 지난해부터 나오지 않았다. 이씨는 노동조합을 통해 회사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호텔의 외주를 받아 이씨를 고용한 ㈜에이치디시(HDC)아이서비스는 6시간짜리 근로계약서를 내밀었다. 근로계약서에는 6시간 동안만 노동하도록 적혀 있었다. 이씨의 서명도 있었다. 계약할 때는 미처 그 내용을 살피지 못했다. 그러나 사쪽은 계약 때 그런 사실을 꼼꼼하게 공지하지도 않았다.
용역회사는 노조의 항의가 있자 그제야 휴식 시간을 자정부터 새벽 3시로 늘렸다. 그러나 청소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호텔 지하의 휴식 공간에는 온열 기구 하나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청소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호텔의 모든 노동자들이 찾는 곳이기 때문에 여성으로서 편하게 쉬기도 어려울 때가 많았다. 이씨는 그래서 원래대로 한 시간만 휴식하고 여덟 시간 동안 청소를 계속 하고 있다.
이씨와 다른 여성 노동자 9명은 10일 오후 2시 인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하얏트 리젠시인천, 호텔 심야청소여성노동자 최저임금 위반 고발 기자회견 및 청소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최저임금 위반에 대해 사과하고 밀린 임금 당장을 지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는 하얏트리젠시인천 호텔과 용역청소업체를 최저임금법 위반 등으로 최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호텔 쪽은 이에 대해 “우리 호텔과 노동자들은 직접적으로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다. 다른 업체를 통해 도급계약이 체결돼 있어 구체적 계약 사항은 잘 모른다”며 “하지만 우리 호텔에서 용역업체와 노동자들 쌍방 간에 합리적인 타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우며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노동위원장인 권영국 변호사는 “계약서로 약정할 때는 6시간 근무 기준이었지만 실제로는 8시간 근무를 했으므로 추가된 2시간에 대해 사실상 임금을 지불하지 않고 임의로 노동시킨 것”이라며 “2시간분에 대한 임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임금체불”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욱기자 uk@hani.co.kr